‘오늘의 노인은 내일의 나입니다’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 공익광고, 그 촬영현장에 가다!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말, 이따금 TV를 보면 나오던 금연 공익광고 시리즈의 문구다. 금연 공익광고 중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는 광고는 흡연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뇌를 춤으로 표현한 공익광고였다.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몸짓이 모이고 모여 신체기관이 되는 영상이 인상 깊어서, 매일 담배를 한 갑씩 피는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곤 했다. 아버지는 공익광고 덕분인지 담배를 잠깐 끊기도 했다.
인상깊었던 금연 공익광고 문구. |
광고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대부분의 광고는 ‘피로’다. TV나 유튜브를 보아도, 거리를 걸어도, 심지어 휴대전화를 쓰면서도 광고를 만나기 때문이다. 그 홍수 속에서 홀연히 빛나는 광고가 있으니, 바로 공익광고다.
공익광고는 상업광고와 달리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1981년 ‘저축으로 풍요로운 내일을’이라는 첫 공익광고 이래로 수많은 공익광고들이 TV, 라디오, 전광판 등을 통해 우리를 찾아왔다.
그렇다면 공익광고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올해 다섯 번째 선정 주제인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 광고 촬영현장에 찾아가봤다.
공익광고 제작현장에서 촬영 준비를 하는 제작진들. |
지대가 높고 외진 곳에 위치한 경기도 광주의 한 카페에는 오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높다란 조명 장비가 분주하게 옮겨지고, 나무판자를 겹겹이 깔아 그 위에 놓은 레일에서는 카메라가 움직이고 있었다. 조심조심 바닥에 펼쳐진 전선들을 피해 촬영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공익광고 촬영현장. 노인 분장을 한 배우가 주문 키오스크 앞에 서있다. |
“어허, 이거 참…”
푸른 셔츠에 회색 가디건를 입은 노인이 주문 키오스크 앞에 서있다. 그는 키오스크 시스템 이용이 힘든지, 자꾸만 눈을 찌푸리며 화면을 들여다 본다.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는 뒤에 선 사람들. 곧이어 바로 뒤에 선 청년 하나가 묻는다.
“도와드릴까요?”
젊은이는 어려워하는 노인에게 손을 내밀고, 둘은 마주서서 미소를 짓는다. 어쩐지 둘의 모습이 굉장히 닮아있다.
김정훈 감독이 출연배우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 감독은 2010년 공익광고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공익광고를 몇 번이나 제작한 베테랑이었다. |
짧은 장면이지만 좋은 장면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가 보다. 뒤에 있던 청년이 할아버지를 힐끗 바라보는 장면.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배우는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현장의 감독은 몇 번이나 새로운 요청을 하며 컷을 외치다가 마침내 해당 장면 촬영을 끝낸다. 실제로 반영되는 것은 몇 초 남짓이지만, 그 잠깐을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다.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 공익광고 기획서. |
공익광고가 방영되는 시간은 약 60초지만, 제작에는 서너 달의 시간이 걸린다. 먼저 공익광고협의회가 대국민 조사를 바탕으로 매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10개의 주제를 선정한다. 제작 방향이 설정되면, 입찰공고를 내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한다.
이후 업체와 사전제작회의를 거쳐 작품의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촬영지, 모델 섭외 등을 논의하고 나면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다. 촬영은 통상 1~2일, 편집에는 대략 10일 정도가 소요된다. 최고의 60초를 위한 노력의 과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익광고는 지상파 방송 및 극장, 정부 전광판, 코바코 SNS 등을 통해 홍보된다.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는 공익광고를 바탕으로 전국 초중고 학생들에게 창의인성교육 수업을 하기도 한다.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 수요를 못 맞출 정도로 공익광고 수업은 호응이 좋다.
김정훈 감독과 인터뷰를 했다. |
그렇다면 이번 공익광고의 주제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코바코의 김성경 차장은 “고령사회로 가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각종 노인복지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의견 조사를 해보면 젊은이들이 노인 일자리나 복지정책에 반감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며 “정책 수용도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금 노인을 위한 정책은 결국 젊은이들이 이후에 수혜받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정훈 감독은 “결국 우리 모두가 노인이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현재 노인의 모습이 당신 미래의 모습이라는 것이 광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익광고에는 쌍둥이 배우가 출연해 각각 노인과 젊은이를 연기한다.
공익광고 촬영현장은 광고가 전해주는 메시지 만큼이나 밝았다. 현장은 감독의 웃음과 격려, 스태프들의 진지한 작업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뜨거웠다. 김정훈 감독은 “공익광고는 깨끗한 충전시간을 만들어 준다”며 “이익을 바라서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니 신이 나서 영혼을 담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익광고 촬영현장의 스태프들. 현장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참 밝았다. |
공익광고는 국민들에게 선한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인 만큼, 중점을 두는 부분이 일반광고와는 전혀 다르다. 코바코 공익광고팀의 유형근 팀장은 “공익광고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다른 공공캠페인의 경우 계도성이 있지만, 공익광고는 가볍고 재미있으면서도 실천하는 마음을 유도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만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공익광고는 실제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유형근 팀장은 “두세 달 전 발달장애인에 대한 공익광고가 있었는데, 어떤 분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애인에게 먼저 말을 걸어봤다고 했다”며 “일은 고되도 국민들에게 더 좋은 메시지가 가니까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촬영 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밥차 앞에 줄을 선 스태프들. |
예정보다 길어진 촬영 끝에 한 에피소드의 촬영이 끝났다. 촬영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태프들은 분주하게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짐을 꾸렸다. 아침 8시에 시작됐다는 촬영은 그날 밤 10시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그런데도 보람있는 일인 덕분일까, 공익광고 촬영현장은 시종일관 참 밝았다.
TV에서,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짧고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는 공익광고. 그러나 공익광고의 현장 속에는 좋은 광고를 위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분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 공익광고는 약 11월 말부터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