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달라진 점은?
봄이라설까, 아니면 집콕에 운동 부족 때문일까. 영 입맛이 없어 마트에 갔다가 자주 가던 식당을 찾았다. 반기던 주인 아주머니는 한 사람씩 밑반찬을 내왔다.
“같이 주셔도 되는데…”, “요즘은 가족끼리 와도 각자 달라고 해요.”
잘 익은 시큼한 깍두기에 퍼뜩 예전 생각이 스쳤다. 원래 이곳 깍두기는 막 담근 듯 익지 않은 게 특징이었는데. 그제야 문밖 대기 의자가 사라진 게 보였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
봄이니 날씨도 좋았다. 국회의원 선거도 있었다. 줄어든 확진자 수도 한몫 했을까. 썰렁했던 거리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5월은 연휴가 많다. 이러다 갑자기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면서도 가게 문을 열지 못하는 지인의 한숨을 가볍게 넘기기엔 무거웠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일 집콕 기록을 갱신하던 나도 외출할 일이 생겨났다. 다행스러운 건 길가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 엘리베이터에서도 고개로 인사만 하고, 저절로 각 모퉁이에 떨어져 있었다. 아파도 학교에 가야 하고, 회사에서 버텨보자는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경기라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마침 5월 5일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무관중으로 개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
지난 19일, 정부는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 피로감을 감안해 ‘완화된 거리두기’로 수위를 낮췄다.
운영 중단을 권고했던 유흥시설, 일부 생활체육시설, 학원, 종교시설의 경우, 가능한 운영을 자제하도록 권고 수준을 하향 조정했다. 운영을 할 때는 꼭 방역 지침을 지키도록 했다.
휴양림 같은 실외공공시설은 방역 지침을 갖추는 대로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운영을 재개한다.(사진=한국산림복지진흥원 제공) |
수목원, 자연 휴양림처럼 위험도가 낮은 실외공공시설은 시설별 방역 수칙을 마련하는 대로 운영하고, 야외 스포츠의 경우 무관중 진행 등 위험도를 낮추는 방향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했다. 또한 현재 미뤄진 채용, 자격시험 등은 철저히 방역 지침을 지켜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단 국립도서관, 미술관 등 실내시설은 아직 개관하지 않는다. 또한 향후 매 2주마다 감염 확산 위험도(최근 2주간 일일 확진자 수, 집단 발생 등을 고려해 평가)와 생활방역 준비 상황을 평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예정이다.
생활방역 핵심수칙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26일까지 수렴하고 있다.(출처=보건복지부) |
앞서 지난 17~18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국민들 63.3%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즉시 완화하는 데는 반대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순차적으로 방역 수칙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단 4월 20일부터 두 달 가까이 중단돼왔던 병역판정검사를 시작했다. 또 불가피한 채용, 자격시험 등을 치룰 경우, 세부적인 지침을 따라야 한다. 책임자를 지정하고 수험자 간 1.5m 이상 간격을 확보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아울러 자연휴양림 43곳, 수목원 2곳, 치유의 숲 10곳 등을 22일부터 재개장 한다고 밝혔다. 다만 숙박시설은 개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름다운 야외를 거닐면 그간의 피로도 싹 사라질 듯싶다. |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또 하나의 단계다. 5월 5일 이후, 생활속 거리두기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지역사회(단체), 국민이 모두 한 뜻이 되는 게 중요하다. 삼각형을 이뤄 코로나19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팽팽함을 유지해야 한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한,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노력들에 감사하다. |
언제나 그렇듯 어떠한 절망에서도 희망은 공존한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좀 더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갈 길만 바라보자. 방법과 의견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목적은 같으니까. 그러기 위해 기본 원칙을 꼼꼼히 지키고, 해이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 좋겠다. 늘 가장 위험한 때는 방심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어버릴 틈 없이 덜 익은 깍두기가 먹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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