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발전소 글꼴 한 번 써볼까?
몇 년 전, 어느 공모전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과감하게 영상이었다. 예전 3D 영상을 배웠다곤 하나,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영상 분야에 도전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주제가 마음에 드는 데다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영상 쪽이 작품 수도 적지 않을까 싶은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
그때 체감했다. 쉬운 건 없구나. 서체도 음원도 한정됐다. 영상에 무료 음원을 넣으니 알겠더라. 많은 작품이 비슷한 분위기가 났다. 서체나 사진이 좀 더 많으면 좋겠는데. 눈이 빠지게 찾다 보니 차라리 내가 작곡하고 서체를 만들어 사용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물론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하는 소리다) 격조있는 작품이 탄생하려는 순간, 재료(?)에서 막힐 줄이야.
서체마다 설명이 나와 있고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출처=마포구청 누리집) |
요즘 글을 쓰며 사진의 중요성을 좀 더 실감하고 있다. 무료 사이트는 있다지만, 글에 걸맞은 사진을 구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유료 사이트는 전문이 아니고서야 비용이 만만찮다. 그러다 보니 한국 이야기라도 사진에는 외국인이 등장하거나(무료 사이트는 외국 사이트라 외국 사진이 많다), 무료 이미지 속 그 주인공이 수많은 글에서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는 걸 본다.
지역 특성상 예술과 개성적인 문화가 많다. 홍대입구 디자인센터. |
내가 올해 마포로 이사를 오며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지역 서체와 CI였다. 물론 CI는 구에서 운영하는 곳에만 쓰이니 공공저작물과 관련은 없다. 그렇지만 이곳 지역 서체는 다르다. 공공저작물로 누구든 쓸 수 있어 친근감을 준다.(내가 공모전에 나갈 당시, 이 서체가 있었더라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지역 청년들이 만든 서체.(출처=마포구청 누리집) |
이름마저 예쁘다. Mapo금빛나루, Mapo당인리발전소, Mapo마포나루, Mapo홍대프리덤 서체… 지역에 있는 동네나 특색에서 따왔다. 이 지역이 좀 낯설어도, 서체를 보면 지역 특성을 빨리 알 수 있다, 예로 Mapo당인리발전소 서체는 당인리발전소에 있는 굴뚝을 재해석했다. Mapo애민 서체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주제로 한다. Mapo꽃섬 서체는 난지도와 하늘공원 속 펼쳐진 하늘과 일렁이는 억새풀을 담고 있다.
서체 안에 지역을 느낀다니 꽤 사랑스럽지 않은가. 글로 편지를 쓰면 풍경까지 담는다. 무엇보다 이렇게 의미있는 서체를 구청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의미깊다.
지역 소식지에 지역 서체를 이용한 내용.(출처=내고장마포, 마포구청) |
지역 서체 중 두 가지는 마포구 지역 소식지에도 사용된다. 이사를 와서 소식지 느낌이 좀 다르다고 느낀 점도 그런 까닭이 한몫했던 듯싶다.
마포 브랜드 서체 개발프로젝트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브랜드 홍보 두 가지를 목표로 지자체 최초로 만든 프로젝트다. 지역 주민은 지역에 자부심을 가지며 활용할 수 있다. 또 타 지역 사람은 서체를 사용하며 이 지역 관광까지 하게 되는 셈이다. 프로젝트는 아마추어 청년 서체 디자이너를 체계적으로 교육했고 이들은 모두 관련 업계에 취업을 하고 있다.
독립서점이 많은 지역이라 공공저작물의 관리와 개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공공저작물 이용 활성화를 위해 공공저작물 개방 및 활용 우수기관을 선정해 포상하고 있다. 또한 이를 널리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마포구는 이를 인정받아 2020년 공공저작물 개방 우수기관으로 선정,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문체부에서 공모하는 공공저작물 활용 창작공모전.(출처=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정보원) |
며칠 전, 문체부에서 8월 말까지 진행하는 공공저작물 활용 창작공모전을 보게 됐다. 공공누리 안에서 공공저작물과 안심저작물(공공누리 제1유형)을 이용해 한국문화를 담은 공공저작물을 소개하고 아이디어를 펼치는 창작공모전이다. 어떤 작품들이 공공누리에서 제공한 저작물을 통해 근사하게 피어날까.
구청 누리집에서 다운받아 상업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출처=마포구청 누리집) |
앞으로도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공공저작물이 많아지면 좋겠다. 공공누리 유형에 따라 잘 활용해서 좋은 콘텐츠가 나오길 기대한다. 재료가 많아야 콘텐츠가 풍성해지는 건 진리같다.
공공누리 누리집 https://www.kogl.or.kr/index.do
공공저작물 창작공모전: https://www.kogl.or.kr/use/bestCaseApplication.do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h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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