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골목에서 도로명주소 배워요~
우리 동네 적극행정 사례, 인천 미추홀구 도로명주소 특화골목 방문기
꽤 쌀쌀해진 이 계절에도 골목엔 추위를 잊은 듯 색색깔 꽃이 한아름이다. 족히 30여년은 된 낡은 주택가가 때때옷을 곱게 차려 입었다. 오래된 골목골목 도로명주소가 담벼락 벽화에 담겨 곳곳에 자리한 이곳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인천의 가장 오랜 원도심이다. 오래된 동네가 ‘우리 동네 적극행정’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작은 행정을 더해 그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추진중이다. ‘적극행정’이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적극행정으로 달라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도로명주소 특화골목. |
구체적으로 풀어 말하면 불합리한 규정과 절차, 관행을 개선하거나, 규정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가능한 해결방안을 모색하여 업무를 추진하는 행위, 선제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발굴·추진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도로명주소 특화골목 조성 전 골목 모습.(제공=인천광역시 미추홀구청) |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도로명주소 특화골목 조성’과 ‘도시텃밭 조성사업’은 인사혁신처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흔히 다른 동네도 있지 않나 싶지만 미추홀구가 특별한 이유를 찾아 직접 가봤다.
도로명주소 특화골목답게 도로명주소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
70~80년대 지어진 가옥들이 거의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골목골목! 정겹다면 정겹고 낯설다면 한없이 낯선 풍경이다. 도로명주소가 시행된 지 벌써 몇 해나 되었지만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골목으로 이뤄진 동네에 도로명주소는 영 낯선 존재!
도로명주소 구성 원리가 적힌 골목. |
그래서 미추홀구는 동네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이 도로명주소를 잘 기억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이 쉽게 골목을 찾을 수 있도록 도로명주소를 담은 조금은 특별한 벽화골목을 조성했다. 미술을 전공한 2명의 근로봉사자와 자원봉사자들, 미추홀구의 공무원들이 집집마다 맞춤형 주소를 선사했다.
도로명주소 특화골목 조성 모습.(제공=인천광역시 미추홀구청) |
방앗간엔 허수아비가, 점집에는 예쁜 아기동자가 담벼락을 지킨다. 골목을 지나며 만나는 희망의 메시지들은 한 차례씩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골목의 변신은 따뜻하고, 아련하고, 재치있었다.
도로명주소 특화골목은 내년부터 초등학생 대상 ‘도로명주소 원리’ 현장학습 장소로도 이용된다. 미추홀구는 도로명주소 특화골목을 조성하며 경찰서와도 협조해 불안감을 줄이고, 범죄를 낮추는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극 도입하기도 했다.
집집마다 각기 다른 벽화가 그려져 있다. |
미추홀구 토지정보과 조창복 주무관은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 예술인을 고용하여 주민들이 도로명주소 생활을 누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기획했다. 처음엔 바탕 페인트칠만 하고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던 어르신들도 나중엔 우리집도 그려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노후됐던 마을이 밝아져서 어르신들이 반긴다”고 말했다.
골목을 걷다 보면 희망의 문구들을 계속 발견하게 된다. |
미추홀구에서 원도심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아이디어는 더 있다. 미추홀구의 도시텃밭은 동네 자투리땅이 아닌 폐가를 허문 땅에 만들어졌다. 오래된 원도심이라 사람이 살지 않는 낡은 폐가가 동네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되거나, 주민들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 처리장이 되는 등 폐단은 컸다.
미추홀구의 폐가를 허물고 조성한 도시텃밭. |
주민들의 민원은 늘어갔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이웃한 장소라 곤란하기 이를 데 없었다. 미추홀구는 소유주와 협약을 맺어 폐가를 허물고 이곳에 텃밭을 조성했다. 이렇게 조성된 텃밭은 희망하는 이웃 주민들에게 분양됐다.
쓰레기가 버려지고, 우범화 지역이 되었던 폐가는 소유주와 협약을 통해 도시텃밭으로 재탄생됐다. |
공원녹지과 김현숙 주무관은 “노인 인구가 많고 여가 활동이 마땅치 않은 곳이라 동네 분들이 여가도 즐기며, 모여서 같이 소통도 하는 공간으로 텃밭이 이용되고 있다. 현재 19개 폐가를 허물고 조성된 도시텃밭을 계속 늘려나가는 중이다. 깨끗해지고 우범화 지역이 변하니 마을 주민들도 텃밭 조성을 매우 반겼다”고 설명했다.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텃밭의 전경. |
도시텃밭에는 이미 1차 수확이 끝나고 겨울이 오기 전 배추와 총각무가 곱게 심어져 있었다. 황량했던 풍경에 덧대어진 녹색의 배추와 총각무가 선사한 선물이 꽤나 커 보였다.
경찰서와 협약을 맺은 도시텃밭의 전경. 우범화 지역을 줄이고자 경찰과도 적극적인 협력을 맺고 있다. |
마을에 텃밭, 벽화 하나 더 만들어지는 단순한 일 같지만 이 하나를 위해 관련 부처 모두의 협업과 주민들의 동의, 그리고 실천이 필요한 복잡한 과정이 숨어 있었다. ‘우리 동네 적극행정’이 가져온 알찬 변화들에서 몹시도 정겨운 사람냄새가 났다.
적극행정 우수사례 지도. |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