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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에서 아침해를 맞다

기사입력 2021.12.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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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에서 아침해를 맞다

    오래전 학창 시절,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러 제약으로 TV를 통해 세계를 여행하던 때가 있었다. 책으로만 마주하던 세계의 명소들 모두가 다 훌륭했지만, 나를 가장 설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약 800km의 걷기 길은 자연을 느끼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더 이상 순례길이 아닌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자체에서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명소 중심의 탐방길을 만들었고, 제주에는 ‘제주 올레길’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름있는 걷기 길로 알려지기도 했다.

     

    해파랑길의 주요 기점을 안내하고 있는 두루누비의 메인화면. 부산에서 고성까지 걷는 길이다.
    한눈에 보고 빠져버린 해파랑길, 부산에서부터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다.(출처=두루누비)

     

    나도 몇 달 전까지 외국인 친구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걷기 길을 물으면 제주 올레길을 이야기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주변 편의시설이 꽤 잘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올레길을 걷기 위해서는 비행기나 배로 제주까지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달 여행을 꿈꾸며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파도치는 바다 바로 옆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걷고 싶었던 북쪽 길과 비슷한, 아니 어쩌면 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그것도 KTX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3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동쪽 해안의 ‘해파랑길’이었다. 이름도 참 잘 지었다 생각하며 해파랑길을 검색하니 대한민국 둘레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코리아둘레길은 대한민국을 순환하는 4500km의 걷기여행 길이다.(출처=두루누비)
    코리아둘레길은 대한민국을 순환하는 4500km의 걷기 길이다.(출처=두루누비)

     

    ‘코리아둘레길’,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순환하는 걷기 길이다. 이미 조성되어 있는 걷기 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동서남북을 모두 아우르는 걷기 길로 지역 명소는 물론, 비무장지대 지역까지 포함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걷기 길인 것이다.

     

    총 거리는 4500km,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5배가 넘는 길이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이라 명소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등을 연계해 내외국인 모두 대한민국을 즐길 수 있어 보였고, 수시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해파랑길 구간 중 찍은 사진. 높은곳에서 내려다본 마을이 운치있게 느껴졌다.
    내가 걸었던 해파랑길. 올라가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위에서 내려다본 마을이 인상적이었다.

     

    이 중 한 곳을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자세한 정보를 찾아봤다. 서쪽의 서해랑길, 남해안을 따라 걷는 남파랑길,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북쪽의 평화누리길 역시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처음 사진에서 본 동쪽의 해파랑길을 목표로 정했다.

     

    한 주 뒤, 정말 즉흥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해파랑길 걷기에 도전했다. 코로나가 좀 우려가 됐지만, 초겨울 동해안을 따라 걷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됐다. 그렇게 나는 해파랑길로 떠났다.

     

    해파랑길 중간중간 설치되어있는 이정표. 다양한 형식의 이정표는 걷기 여행자들의 눈이 되어주었다.
    해파랑길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는 이정표. 다양한 형식의 이정표는 걷기 여행자들의 눈이 되어주었다.

     

    내가 주의 깊게 보지 않는 것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법인가 보다. 몇 차례 지날 때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해파랑길을 걷다 보니 이곳저곳 여행자를 안내하는 표식이 눈에 들어왔다.

     

    길을 잃은 염려는 없었다. 해파랑길을 상징하는 다양한 이정표가 다음 목적지로 안내하고 있었다. 조금 헷갈린다면 두루누비 앱을 통해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주변 편의시설은 물론 화장실, 지역 명소와 맛집 등도 검색할 수 있었다.

     

    시간계산을 잘못해 늦은시간 산을 넘었다. 처음 듣는 동물소리에 두려움을 느꼈다. 걷기 여행시 시간 계산을 잘 해야한다.
    시간 계산을 잘못해 늦은 시간 산을 넘었다. 처음 듣는 동물 소리에 두려움을 느꼈다. 걷기 여행시 시간 계산을 잘 해야 한다.

     

    확실히 11월의 끝자락에 걷기 여행을 하는 사람은 마주하기 힘들었다. 중간중간 지역 명소에서 들리는 사람 소리를 제외하고 평소에 듣지 못했던 파도, 풀벌레, 동물의 울음소리를 더 자주 들었다. 때로는 말 없는 감탄을, 또 때로는 두려움을 느꼈다.

     

    해파랑길의 경우 도보는 물론 자전거를 이용해 여행할 수도 있었다. 걷기 여행을 하면서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동호회에게 해파랑길은 이미 유명했나 보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해파랑길, 파도소리와 자갈이 부딛히는 소리는 또 다른 노래가 되어줬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해파랑길, 파도 소리와 자갈이 부딛치는 소리는 또 다른 노래가 되어줬다.

     

    코로나를 피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걷기 길을 찾아 걷고 있다던 캐나다 커플, 매일 아침 집 주변에 조성이 잘된 걷기 길을 걷는다는 어르신,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걷고 있었던 나. 해파랑길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처음 계획했던 해파랑길 완보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내년으로 미뤄야했다. 인간은 자연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까지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짧은 시간 걷기 여행을 진행했지만 사진첩에는 이미 인생사진이 가득했다. 해파랑길이 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코리아둘레길을 걷는 소소한 재미인 스탬프. 어른들도 이 스탬프를 찍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코리아둘레길을 걷는 소소한 재미인 스탬프. 어른들도 이 스탬프를 찍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다시 해파랑길을 완보할 예정이다. 그리고 머지 않은 시간에 코리아둘레길을 걷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4500km나 되는 길을 다 걸으려면 얼마나 걸릴지 가늠도 안되지만 말이다.

     

    정부는 코리아둘레길을 전 세계적인 걷기 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역과 연계해 테마 콘텐츠를 발굴하고, 여행자 친화적인 걷기 길을 통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시군구 협의회가 업무협약을 맺었다니 더욱 발전할 코리아둘레길에 큰 기대가 갔다.

     

    이제 관광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을 새롭게 알릴 코리아둘레길. 생각이 많은 날,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구간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한민국 걷기 여행 두루누비 : https://www.durunubi.kr/main.do



    정책기자단 이정혁 사진
    정책기자단|이정혁jhlee4345@naver.com
    정책의 수혜자이자 옵저버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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